USA Diary : 미국 생활 일기

"LARK & OWL" : 종달새와 올빼미가 사랑할 만한 독립서점

jenkang 2022. 11. 5.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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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노팅힐>에서 휴그랜트의 서점은 여행책만을 파는 곳이였다. 그래도 사람들은 들어와 이 책 없냐, 저 책 없냐 물어보기 마련이라 휴그랜트는 참을성 있게 계속 여긴 여행책만 파는 서점이라고 알려주어야 했다. 영화 속에서 처음 본 외국의 서점은 그런 친근한 느낌이였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미국도 반스앤노블 같은 대형서점이 가장 보편적이고, 하프프라이스북 같은 중고서점도 대세이다. 그런 대형서점도 충분히 카테고리별로 큐레이션을 잘 해놓고 구경하고 읽는데 아무도 간섭하지 않아서 좋다. 옆에 스타벅스가 있고, 간편하게 읽을 공간도 충분하다. 백화점과 마트는 간편하다. 그리고 그 곳에서의 나는 고객으로서 구매 데이터를 제공하는 충성스러운 소비자로 역할 하게 된다. 하지만 그러한 간편함 속에서도 가끔 생각한다. 가끔 골목길 작은 상점으로 가고 싶다고. 빠르게 계산하고 빠르게 나가는게 미덕인 마트가 아닌, 내가 누구인지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 하고 진심으로 또 보자고 인사해주는 안면있는 동네 단골 상점이 생각 난다고. 

 

텍사스 오스틴에서 북쪽에 있는 친근하고 아름다운 동네인 조지타운의 <LARK & OWL> 서점은 그렇게 책과 사람 사이의 온기를 느끼고 싶을 때 가기 좋은 동네서점이다. 저렴한 가격이 최고의 미덕이 된 요즘 더더욱 보기 어렵게 된 동네 서점. 많은 책을 저렴하게 팔아서 마진을 남기고 집 앞까지 편리하게 배달해 주는 아마존과 반대에 있는, 직접 가서 하나하나 구경하고, 직원들과 인사하고 오늘 입은 옷이 예쁘다고 아이는 몇 살이냐고 물어봐주고 웃음을 나누는. 책과 물건에 쓰여진 대로 가격을 내지만 그 곳에서의 온기는 값을 매길 수 없을 것 같은. 그런 따뜻하고 구경할 거리 많은 동네서점. 

 

텍사스를 사랑하는 텍사스답게 텍사스 책 코너가 있고, 손수 적힌 가이드가 책을 구경하는 나침반이 되는 곳. 아들은 키즈북 코너에 마련 된 아담한 매트에 앉아 좋아하는 상어책을 쑥쑥 넘겨 읽었다. 자세한 설명은 뒤로 하고 블루샤크 화이트샤크 이름만 후루룩 넘기며 좋아한다.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하여 다녀오니 어느새 이층 놀이공간에서 블랙 가죽쟈켓을 입은 외국 여자아기가 아들을 말똥말똥 쳐다보고 있었다. 밝은 금발의 파마머리를 질끈 묶은 아이의 눈에는 "PLAY WITH ME"가 씌여져 있어서 아이에게 누나한테 가보라고 했다. 그리고 총명한 누나는 아이를 데리고 책을 함께 골라 읽어주기도하고, 블럭코너에서 놀아주기도 하며 이래저래 양쪽 엄마에게 고마운 시간을 보내게 해주었다.

 

"OK, 10 minutes more."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아이들에게 남은 시간을 알려주면서 여자아이의 엄마와 눈이 마주쳤고 인사를 하며 자연스레 자기소개를 간단하게 하게 되었다. 이곳에 와서 30번은 넘게 얘기 한 대로, 아이 아빠 직장 때문에 얼마 전에 한국에서 오게 되었다. "Oh, it is a big move." 하면서 여자아이 엄마는 본인은 베이스가 조지타운이지만 일 때문에 여러 나라를 아이와 함께 오고간다고 하였다. 왠지 작가일 것 같은 느낌에 작가냐고 물어보니 엔지니어고 얼마 전에는 도쿄에서 일하고 왔다고 하였다. 엔지니어.. 도쿄.. 왠지 판교가 생각나서 서울에도 꼭 가보라고, 그리고 판교가 IT기업이 많다고 쓸데 없는 얘기를 하게 되었다. 끄덕끄덕하며 안그래도 서울에서도 일해보고 싶다고, 그러면 본인은 APAC을 차려야 할 것 같다며 웃었다. 아무렇게나 말해주는 말도 다 받아주는 외국인들에게 가끔 고마울 때가 있는데 오늘 우연히 만난 가죽쟈켓 어린이 엄마도 그러 하였다.

 

"Hope to see you again in here." 

가죽쟈켓 어린이 엄마도, 계산하는 쾌활한 점원 아주머니도 건넨 인삿말.

 

문구를 좋아하는 친구들이 생각나는 알록달록 PENCIL BAR.

커피 한잔 사려고 했더니 블랙커피는 무료라고 알려주던 쿨한 BARTENDER.

붉은색 푸른색 텍사스 스커트를 예쁘게 차려입어 NICE SKIRT라고 말해주니 박수치며 좋아해주던 OLD CLERK.

 

일찍 일어나는 종달새도. 늦게 자는 올빼미도. 모두 이 곳에서 쉬고 가지 않을까.

결국 책이 아닌 장난감을 용케 계산대에 올려놓는 아들. 

이 장난감의 주인은 너라고 정리 잘 해야 된다고 일러주는 점원 덕분에 아들이 철이 들었을까.

아직 알아듣지 못하는 것 같으니 얼마 더 봐 줘야겠지만 말이다.

 

 

LARK & OWL

Open Tues-Sun 10-7. Closed Monday.
205 W 6th St Suite 101, Georgetown, TX 78626

https://larkandowlbooksellers.com/about/

 

Independent Bookstore - Lark & Owl Booksellers

Lark & Owl Booksellers is an independent bookstore created by women in historic Georgetown, Texas. We're devoted to inclusion and diversity.

larkandowlbookseller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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