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A Diary : 미국 생활 일기/미국 초등맘 일상의 기록

미국 4개월 차 생활과 커뮤니티 컬리지. (feat.브리트니스피어스,한글)

jenkang 2022. 11. 30. 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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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국 정착. 환율과 혈압 사이.


미국에서 지낸지 이제 4개월이 넘어가고 있다.
오기 전 부터 많은 생각을 했지만, 마지막까지 회사 정리하고 사람들과 갈무리하기 정신 없어서
가서 어떻게 해야할지, 무엇을 가져가야 할지에 대해서는 남편과 함께 운에 맡겨놓고 있었다.

남편과 나는 큰 그림에 대한 생각과 동의는 시원시원하게 하지만 둘다 세부적인 계획에 약한데
그래서 좋은 점은 어떤 상황이 닥쳤을 때 함께 유연하게 대처하고 생각보다 잘 넘긴다는 것이고
불편한 점도 똑같이 예상치 못한 상황을 겪으면서 시행착오를 겪는 다는 것이다.
외국 생활이라는 게 예상할 수도 없고, 예상해도 그대로 되는 게 아니라,
특히 원화로 받는 주재원일 경우 환율영향을 많이 받게 되기 때문에
오히려 아무 예상 안하고 온 게 나았던가 생각도 든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아무튼 근처에 한인마트가 있어서 정말 아무것도 안사와도 된다는 남편의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던 것이, 한인마트가 있긴 있지만 미국에 오자마자 환율은 기다렸다는 듯이 1400원을 돌파하면서 무엇 하나 사기 손 떨렸고.

바다 건너 온 한국 제품들은 기본 두 배는 뛰어서 한국에서 먹던 가격을 생각하면 왜 이것도, 저것도 챙겨오지 않았나 후회스러웠다. 그런 과정에서 회사를 왜 그만두어서 커피하나 사먹는데도 머릿속이 복잡해야하나 자책의 시간들이 하염없이 흘러가던차. 치솟는 환율에 함께 힘들어하던 이웃 엄마의 미역, 깨 등등. 한국에서 꼼꼼하게 가져오신 귀한 아이템 나눔으로 감동이 배가 되었었다.

텍사스 기준 22년 10월, 갤런당 3.6달러를 넘어가던 기름값은 중간선거 이후 뚝뚝 떨어지더니 이제 2달러 중간대가 되어간다. 환율x주유비 상승 콜라보 때와 비교하면 11월 말 현재 환율x주유비 하락 콜라보로 현재 주유비 고점 때보다 30% 떨어졌다. 미국은, 특히 기름이 나는 텍사스는 저렴한 기름값이 장점인데 오자마자 어디가기 무서웠다. 요즘은 머릿속도 좀 더 가벼워지고 드라이브가 즐거워졌다.

이제 환율도 1300원대로, 갤런당 주유비도 2.7 달러 아래로 떨어지고 있어서, 내 마음과 혈압처럼 작용하여 치솟던 달러-주유비 혈압이 요즘엔 다시 안정선에 들어왔다. 정말. 어디나 그러겠지만, 여행이 아닌 미국생활은 마냥 좋기만 한 것이 아니다.

실전 미국생활. Still ing...

#2.

커뮤니티 컬리지 그리고

브리트니스피어스와 한글.


08년. 그러니까 14년 전 영국에서 학생비자로 어학연수와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다.
그때는 영어와 마케팅수업. 그리고 영국 문화체험에 대한 강한 목표가 있어서 오히려 한국 사람들을 일부러 피해다니려 했던 것 같다. 그리고 지금은 그 때 너무 그랬던 것이 오히려 그 어떤 것에 대한 편견과 내 뿌리에 대한 자부심을 갉아먹고, 함께 나누는 정과 정보에 대한 무관심을 불러일으켜 뭔가 반쪽짜리 경험을 하고 온 것 같아서 돌이켜볼 때 마다 무언가 아쉬웠다. 그래도 무사히 잘 다녀온 것과 영국과 유럽 문화에 대해 조금은 겪어보고 온 것 같아서 위안을 삼았었는데. 우연과 필연 사이, 그 어떤 타이밍으로 미국에 오게 되면서, 특히 생활 할 수록 그 때 생각이 안날 수가 없게 되었다.

지금 영어 수업을 듣고 있는 오스틴 커뮤니티 컬리지(Austin Community College)는 미국 지역에 많이 있는 지역 대학이다. 주로 2년제이며 당연히 고등학교를 마친 학생들도 많이 오고, 일을 하던 성인들도 학위를 취득하고 싶어서 늦깍이에 시작하는 경우도 많다. 그만큼 커뮤니티 컬리지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게 되는데, 최근에 재밌게 보고 있는 미드 <커뮤니티, Community>도 이런 커뮤니티 대학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사연을 가진 다양한 인종, 군상의 사람들이 모인 커뮤니티 대학에 대한 블랙코미디? 드라마이다. 어쩌다가 이 곳에 다니면서 보게 되었더니 그러면 안 되는데 가끔 서로 말이 꼬이거나 말이 통하지 않을 때, 아주 특이한 학생들을 보게 되었을 때 자꾸 드라마 생각이 나서 속으로 푸핫 하게 된다.(...) 나도 아마 그런 학생들 중 하나 일거라 이건 편견이라 생각 되지 않는다. 하하.. 아무튼 미국 속에서 미국 드라마, 영화를 보고 실생활과 봤던 것과 비교하고 이해하는 것이 하나의 즐거움이 되었다.

아무튼 이 곳 오스틴 커뮤니티 컬리지의 교양영어 수업격인 ESOL 수업을 듣고 있는데, 스피킹 수업이라 한 달에 한 번씩 프리젠테이션을 하게 되었다.

10월의 프리젠테이션은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에 대해. (What is your favorite item. Describe why it is so important to you.) 였다.

주제와 아이템에 대해 생각했다. 대부분 정말 소중 한 것을 이야기 하겠지. 반지. 목걸이. 다이어리. 등등.. 그렇다면 나는 모두가 아는 것을 이야기 해야겠다. 그래야 덜 지루 할테니. 하고 집에 있는 CD를 뒤적거렸다. 미국에서 미국 선생님과 영어를 배우러 온 다른 나라 친구들이 모두 아는 아이템. 사람. 나에게 처음 영어의 즐거움을 알게 해준 예쁘고 멋진 언니. 브리트니 (진) 스피어스!

..

그렇다. 나의 소중한 아이템은 브리트니스피어스 CD였다. 2000년 중학교 1학년 때 브리트니스피어스 1집 CD를 처음 사서 열심히 가사집을 보며 가사를 외우고 춤도 따라췄던 기억이 있던 나의 첫 외국 아이돌 브리트니 스피어스. 미국에 와서 다시 듣고 있는 그 시절 팝송리스트 넘버 원투에 꼽히는 브리트니스피어스 1집 앨범. 에이브릴라빈, 크리스티나아길렐라, 백스트리스보이즈 등등. 지금 날아 다니는 팝 아티스트 노래도 좋지만, 미국에 와서 다시 듣는 팝송은 그 시절 나의 로망을 실현(?) 시켜 주는 뭔가 신기루 같은 기분을 들게 한다. 가끔 마트에서 나오는 올드 팝송들을 듣다 보면 미국인들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2000년대 발라드, 댄스 음악을 다시 찾아 듣게 되듯이 어느 나라나 그 시절 음악에 대한 향수와 애정은 같은 것 같다.

 

천사인 줄 알았던 17살의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1집. Baby one more time. 많은 풍파를 겪었지만 재기에 성공했고, 그녀는 여전한 아메리칸 스윗하트이다.

그렇게 나의 추억과 애정이 뭍어있는 브리트니스피어스에 대한 3분 짜리 프리젠테이션 스크립트를 열심히 쓰고 남편 앞에서도 부끄러움 없이(?) 연습하여 수업시간에 발표하였다. 모든 친구들이 주로 반지. 목걸이 등에 대해 발표하였고, 다이어리를 말하다 울먹이는 친구들도 있었다. 모두가 서로 진심으로 들어주고 발표하였다.

그러나 나는 친구들을 웃기는게 목적이라.. 브리트니를 언제 어떻게 알게 되고, 브리트니가 내가 영어를 좋아하고 공부하는데 어떤 역할을 했으며, 그녀가 험난한 시간을 거쳤고 그 뒤에도 다른 많은 팝 아티스트를 좋아하게 되었지만 나에게는 언제나 그녀가 넘버원이다. 요즘은 BTS로 외국인들이 한국어를 공부해서 감회가 남다르다 하며 마무리 하였다.

역시나 모두들 브리트니스피어스를 좋아했고 웃었고, 특히 선생님의 눈은 반짝였다. 발표가 끝나고 질문시간에 브리트니 어떤 노래를 가장 좋아하냐 해서 아무래도 데뷔곡인 Baby one more time이 라고 했고, 다른 친구가 춤을 춰보라 해서 그까이까 손 동작으로 조금 춰 주었다.. 모두들 참 좋아해 주었다...
그렇게 10월 발표가 잘 마무리 되었다.. 교양 수업이라 발표만 하면 선생님이 점수 다 잘 주는건 덤.


11월 발표 때는 본인이 생각하는 가장 훌륭한 발명품 혹은 COVID 경험을 주제로 주어서, 한국인으로서 생각하는 가장 멋진 발명품인 <한글>에 대해 발표하였다. 옛날에 한자를 써서 글씨를 쓰기 어려웠던 백성들을 위해 왕이 직접 발명한 글자 한글이라고 소개하였다. 외국인들에게 얘기할땐 그냥 Korean이라고 해도 되지만 주로 Korean Alphabet이라고 얘기해야 글자인 점을 잘 인지하는 것 같다.

발표하는 와중에 한자, Chinese Character에 대해 얘기를 안할 수가 없었는데, 한글의 상당 글자가 한자 뜻을 음으로 사용한다고 하니, 다른 외국인들 처럼 반 학생들도 한자를 알면 중국말을 알아들을 수 있냐고 물어봤다. 음. 그건 말이야~ 한자와 중국어는 좀 달라~ 한자를 써서 서로 소통할 수 있어도 말로는 못해... 등등.. 참.. 설명이 어려웠다... ^^...
아무튼 선생님이 왕이 글자를 만든 점은 언어학자로서 정말 대단해 보인다고 갈무리 해주었다.

한글을 쓸 때마다 외국인들은 참 신기해 하는데, 칠판에다가 "한글" 을 쓰고 ㅎ=H, ㅏ=A, ㄴ=N 등으로 표시해주면서
따라 읽어보라고하니 다들 학생들처럼 잘 따라 했다. 몇몇 학생들은 사진을 찍기도 했다.(..)

이제 마지막 12월 프리젠테이션만 남아 있다.
그리고 수업의 끝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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