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A Diary : 미국 생활 일기/미국 초등맘 일상의 기록

미국생활 10개월. 의식의 흐름의 기록들.

jenkang 2023. 4. 29.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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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에 심었던 상추와 토마토들이 잘 자라고 있다.
식물이나 애완동물을 키우면서 느끼는 감정은 뭔가 몽글몽글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
태어나서 처음 식물을 직접 길러봤는데 아이는 그 기분이 좀 더 신기한지 화분에 꽉 막혀서 시들해져 가던 식물들을 보고
눈물을 흘리며 슬프다고 했다.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여웠던지 눈물을 조금 흘리게 냅두었다. 그리고 조금 지나서 화분이 작아서 식물들이 자라지 못하니 땅에 옮겨 심어주면 다시 살아날거라고 했더니 눈이 초롱초롱해 지면서 진짜??!!!를 외쳤다. 만 6살이 지났지만 지금도 앞으로도 새로운 것, 생명이 있는 것에 늘 순수하고 아름다운 마음을 가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이를 통해 나도 같은 사물을 다시 초심으로 보는 순간이 늘어나는 것 같다. 

 

 
 
 
레고 매니아 아이가 레고를 할 때는 한시간이고 두시간이고 집중해서 나의 자유시간이 되는 것 같아 늘 레고 사는 것은 둘에게 모두 좋은 일이 된다. 하지만 가격도 비싸고 전시할 공간도 점점 줄어들어 가끔 하나씩 사 주고 있는데 이번에 고른 레고는 앞집 아이가 실수로 친 배트에 눈물샘이 폭발했던 아이를 달래기 위해 "친구 사과 받아주면 레고 사줄께" 해서 새로 사게 된 레고이다. 모든 레고에는 사게 된 사유가 있다. 피아노를 너무 안쳐서 꼬신 레고, 엄마 생일인데 본인이 받은 레고 등등. 레고는 나에게도 아이에게도 참을 수 없는 유혹이 되었다. 
 
이번 레고는 종류가 많았던 타겟에서 골랐는데, 요즘 늘 사는 3 in 1 레고 중 "동물 vs 비치하우스" 버전 둘 중 뭘 살까 고민 고민하며 진열대 앞에 한참을 서 있었다. 그러던 중 어느새 나 처럼 어떤 레고를 살까 고민고민 하던 백인 남자 아이가 옆에 생겼는데 그의 엄마가 오더니 "노 모어 레고"를 외치셨다. 그랬더니 아이가 생일 선물을 몇 달이나 당겨서 사는 딜을 하더니 결국 고르게 되는 모습을 보며 장난감 밀당은 어느나라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에게 겨우 새 레고를 허락 받은 아이가 엄마에게 고를 시간을 조금 더 달라고 하고 엄마를 잠시 보낸 와중 나는 아이에게 동물, 비치하우스 두 레고를 보여주며 "My son is 6 years old but he can handle this. Which do you think it is cool?" 이라고 의견을 물어봤다. 아이는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두 손을 공손히 모으고 잠시 생각하더니, "This tiger is really cool. But I think this could be more playful with mom" 이라고 진심으로 대답해 주었다. 나는 의견 너무 고맙다고 나도 비치하우스가 더 마음에 든다고 하고 비치하우스를 택했다. 아이들은 참 진지하고 클리어하다. 공손했던 서양아이의 모습이 이곳이 이제 미국이 아니라 내가 사는 곳이라는 생각을 들게 했던건 무슨 이유일까. 

 
 
 
 
 
이제 킨더도 한달이 남았다. 킨더 숙제는 옵션이라서 처음에 좀 시키다가 이제 그냥 안시키고 있다.
아이는 학교가 끝나면 친구들과 플레이데이트를 하거나 수영, 피아노 학원에 갔다가 집에 오면 토도영어를 좀 뚱땅뚱땅하다가 유투브 보고 책 좀 보고 뛰어다니다가 밥먹이고 보드게임 좀 하고 엄마 핸드폰으로 게임도 잠시 하다 책도 읽다, 수다도 떨다가 자고 있다.

내 일상보다 아이의 일상을 좀 더 집중해주고 많은 놀이를 친절하게 즐겁게 해주고 싶은데 행동은 늘 어떻게 하면 좀 더 편하게 아이를 볼 수 있을까 하는 것 같다. 다른 아이와 게임하다 져서 자존심이 상한 아이가 소리를 지르는 모습에 돌아오는 차 안에서 그 몇배는 더 소리지르고 혼내면서 다른 사람에게 절대 화내지 말라고, 다른 사람도 다 소중한 사람이라 누구한테 소리지름 당하면 안된다고 하는 내 모습을 보며. 너는 그럼 잘 키우고 있는지 잘 행동하고 있는지. 아이를 혼내면 늘 나를 돌아보게 된다. 멀리와서 다른 가족들의 사랑을 직접적으로 덜 받게 되는 와중에 엄마가 늘 책임감 있게 라이딩하고 놀아주고 챙겨주어야 한다는 부담감에 육아를 하나의 태스크로 여기고 있던 건 아닌지. 잘 돌아가는 팀처럼 되길 바라고 있던게 아닌지. 
 
아이가 말하는 관심사, 하고 싶어하는 것을 함께 두드려주고 플레이데이트도, 새로 배우는 것들도 모두 좋지만
그만큼 엄마와 아빠와 함께 도란도란 함께 비디오라도 보며 수다 떠는게, 종이접기 한번 더 하는게, 말도 안되는 그림 함께 그리는게, 달리기시합 함께 하는게, 수수께끼, 끝말잇기, 보드게임 하는게. 
조금 더 조금 더 놀고 자고 싶어하는 아이의 마음 속에는. 샤워하고 늘 도망가서 숨고 놀래키고 싶어 하는 아이의 마음 속에는. 색종이로 접은 것처럼 순수하고 맑은 마음이 자라나고 있다. 
 
미국에 와서 생긴 피부알러지에 약을 먹은 날에는 감정기복이 더 심해져서 나도 모르게 아이에게 더 화냈던 적이 많다.
몸살 감기에 걸린 날에 아이를 등원시키기 위해 아침에 약을 몇 알씩 먹으며 움직일 때가 있다.
힘들 때 도움 받을 가족이 없다는 생각에 부담감을 많이 느끼고 있는 것 같다. 그런 부담감으로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는게 아닌데. 아이는 식물과 같아서 좋은 땅에 따뜻한 햇빛. 적당량의 물. 그리고 잘 들여다봐주고 예뻐해주고. 그리고 스스로 자랄 수 있게 해주어야 하는데. 
 
모든 책임이 나에게 있다는 생각으로 부담감을 느끼지 말고. 생각보다. 후회보다는. 단순한 눈맞춤. 포옹. 놀이로 아이와 서로를 아껴주는 시간을 많이 가져야 겠다. 나의 자아를 찾는 다고 아이의 자아를 돌보지 않는 일. 아이의 저변을 막는 일. 그런일이 없도록 주어진 시간을 좀 더 아끼며 지내야 겠다. 

 
 
 
 
 
 
 
몸살이 심하게 걸려서 골골 대고 있는데 한국어머니 께서 한국약이 잘 들을 것 같다고 약을 주셨다. 
한국에 잠시 다녀온 어머니는 맛있는 김을 주시고, 다른 귀여운 물건들을 알뜰하게도 챙겨주셨다.
다른 어머니 집에서는 구워주신 떡이 너무 맛있어서 맛있게도 먹었다.
 
타지 생활에 서로의 이웃이, 친척이, 가족 역할을 해주는 가까운 분들 덕분에 외로운 타지 생활도 견딜 수 있는 것 같다.
아프고 나니 한국음식이 더더욱 먹고 싶어져서 한국이 많이 그리웠다. 한국에 잠시 다녀온 분들도 마트를 몇십분씩 가야하는 미국보다 배달 뚝딱되고 모든 걸어갈 수 있는 한국이 선진국이라고 모두 향수병 걸린 사람처럼 이 넓디 넓은 미국 생활의 끝은 어딜까, 잘 버텨보자 하고 있다. 마음속에 있는 한켠의 불안감, 외로움을 커피 한잔에 풀어내고, 재밌는 정보는 공유하며. 그렇게 또 가족들 끼리의 시간을 소중하게 여기며 미국의 장점을 잘 이용해 지내가 잘 돌아가자고 다독다독하며 지내고 있다. 그렇게 미국에 와서 비실거리는 내 몸둥아리를 버티게 해준 감사한 분들 덕분에 가족과 친구들이 그리워도 그나마 잘 버티고 지내는 것 같다. 이 또한 새로운 경험.

김밥 한번 안 만들어본 엄마의 시금치 김밥. 아이는 시금치는 몸에 좋다고 아주 좋아했다. 

 
 
 
매년 보던 개나리 진달래 벚꽃이 너무 보고 싶어서, 텍사스에 몇 안된다는 벚꽃이 핀다는 포트워스 Japanese Garden이 있는 포트워스식물원에 다녀왔다. 한 주가 늦었는지 벚꽃은 없었지만 장미, 수국, 양귀비 등 꽃들을 듬뿍 보고 푸릇한 여름 내음도 느끼며 오랜만에 가든 속에서 자유로왔다. 다녀와서 알러지가 심해진건 자유롭지 않았지만...;; 알러지 정말 어쩌지 ^^..

 
 
 
 
가끔 동네 산책을 하다 구름이 예술적일 때가 있다. 걸어서 편의점도 마트도 갈 수 없는 미국의 마을들이 답답할 때도 있지만, 그래서 빌딩 하나 없는 마을을 산책할 때 도화지 처럼 끝없는 하늘 수채화를 볼 수 있어서 감격 스러울 때도 많다. 
 
도시의 선셋도. 마을의 선셋도. 모두 볼 수 있어서 나쁘지 않다. 복받은 삶이네. 그렇게 또 감격하며 걷는 저녁 산책.
그렇게 이랬다 저랬다 하는 마음의 하루하루가 지나가고 있다. 
 
결론은 늘. 움직이자. 간직하자.
사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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