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llo, Ola !
아이 학교에서는 스페인어를 가르친다. 킨더 때부터 매년 남미 나라 하나씩을 테마로 언어와 문화를 배운다. 멕시코, 아르헨티나, 페루, 쿠바 등. 생소했던 남미 문화와 스페인어가 히스패닉 비율이 높은 텍사스에 살면서 점점 익숙해지고 있다.
10 Anniversary & Cancun
그렇게 텍사스에 온 지 2년이 다 되어 가던 24년 4월. 텍사스와 가까운 멕시코 칸쿤으로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다른 가족들은 미국에 오자마자 거의 우선순위로 가는 휴양지인데, 우리 부부는 14년도에 신혼여행 때 낮에 잤다가 새벽에 일어나서 야식만 왕창 먹었던 칸쿤의 올인클루시브의 경험이 비몽사몽 하게 남아 있어서 그런지, 계속 가고 싶은 마음이 안 생겼었다.
하지만 이제 아이도 1학년을 마쳐가고 학교 스페인어 수업 덕분에 남미에 대한 관심도 생겨서 겸사겸사 멕시코 유카탄반도 투어를 포함하여 칸쿤 여행을 계획했다.
둘에서 셋으로, 리프레쉬된 추억
결론적으로 한국에서 14시간 뉴욕으로 갔다 또 4시간을 날아갔던 10년 전의 칸쿤 여행의 피로가 한방에 지워지는 쾌적한 여행이었다. 텍사스에서 칸쿤은 오스틴 기준으로 3시간 반 정도 걸렸는데, 직항과 시차적응을 하지 않는 것부터 너무 행복했다. 역시 사람은 고생을 해야 편리함의 가치를 아는 건가.. 놀고먹고만 했던 신혼여행이라 고생이라 하기 뭐 하지만, 그래도 신혼여행을 아예 시차가 반대인 지구 반대편까지 가는 건 비추에 한표 누르고 싶다.
같은 멕시코 만을 끼고 있어도, 동쪽에 카리브해안으로 휘감아져 푸르다 못해 투명한 칸쿤 바다. 아득한 기억 속에 계속 남아 있던 반짝이던 바다를 다시 보니 흐릿했던 잔상이 또렷한 그림으로 바뀌는 것 같았다. 투어 때문에 첫날엔 시내로 호텔을 잡았는데, 방 안에 걸려 있는 그네가 칸쿤의 낭만을 더 했다. 리조트 사이의 코발트블루 바다를 한 동안 멍하니 바라보며 이곳이 멕시코임을 되새겼다.
다음 날 아침 7시. 호텔 앞에 도착한 투어 버스를 타고 유카탄 반도 체험에 나섰다. 칸쿤은 멕시코에서 지정한 특별관광지여서 보안이 좋은 편이나, 아무래도 로드트립을 하기에는 부담스러워서 멋진 장소를 편하게 이동할 수 있는 버스투어를 택했다.
첫 번째 이동 지는 핑크호수라 불리는 곳이었는데, 주변의 소금공장에서 나온 물질의 작용으로 호수가 핑크빛으로 변한 것이었다.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 훨씬 신묘해서 빠져들었다.
자연적으로 깎인 웅덩이를 Cenote라고 하는데 천혜의 수영장에서 아들과 남편은 신나게 다이빙을 하였다. 옷 갈아입기도 수영하기도 귀찮은 엄마는 구경만 해도 신이 났다. 모르는 사람들이지만 인생에서 몇 없을 신기한 경험을 함께한다는 것 자체가 친밀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일상에서 벗어나 모두 자유 속의 자연인이 되는 여행.
투어의 메인 목적지는 세계 불가사리 중 하나라는 치첸이사.
아메리카 대륙이 유럽인들에게 발견되었다고 하지만, 어느 대륙이나 그렇듯 모든 땅에는 이미 그 땅 위에 존재한 인류가 있었다. 유럽인들의, 또 그 유럽인들이 이주해서 정착한 미국인과 스페인, 포르투갈 등의 아메리카 대륙 점령기는 이 땅에에서 나고 자라 터전을 이룬, 지금은 Indegineous People이라고 불리는 원주민들에게 뼈 아픈 역사이다.
미국 서부 여행을 할 때 특히 원주민들의 터전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는 것을 자주 보게 되는데, 유카탄반도 또한 스페인에게 점령당하여 그 역사가 멈춘 곳이다.
치첸이사는 오랫동안 자연 속에 파묻혀있다가 근래 발견되어 문명의 흔적이 잘 남아 있는 마야문명 유적지이다. 1988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됐고, 세계 7대 불가사의에 뽑혔다. 마야문명은 이진법과 숫자 0, 달력을 사용했을 만큼 뛰어난 문명을 가지고 있었지만 동시에 인신공양을 하는 잔인한 문명으로도 알려져 있다. 투어 중에 <아포칼립스> 영화를 방영해 주었는데 말 그대로 유토피아의 정반대로 세상의 끝을 보여주는 것 같은 마야문명의 잔인함과 끈질김을 보여주는 영화이다.
강인함 때문에 살고 강인함 때문에 죽는 뫼비우스 띠 같은 세상이었던 마야문명. 잘 보존된 치첸이사 앞에서 즐겁게 가족사진도 찍었지만, 전사의 신전, 구기장 등 전사의 심장이 느껴지는 듯한 공간이 주는 섬뜩함은 지금까지 보고 느낀 역사의 현장과 전혀 다른 느낌을 주었다. 유럽이나 미국, 우리나라와 아시아의 익숙한 역사와는 전혀 다른 정말 인간 본연의 날것의 사회가 느껴지는 마야문명. 치첸이사처럼 이제 그 흔적만 남아있는 문명이지만 그 여운이 상당했다.
Adios, Azul!
칸쿤에서 멕시코를 느꼈다고 하기엔 너무 정돈이 잘 된 여행지 라 충분치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사이사이 만난 사람들. 바다 바람과 햇빛. 멕시코음악과 음식의 즐거움이 우리에게 최선의 안전한 멕시코 경험을 전해준다.
처음 해보는 가족 보트투어와 푸르른 산호초 아래 물고기, 바다거북이, 스쿠버다이빙. 둘이서 셋이 찍게 된 해변에서의 스냅사진.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행복하게 먹었던 음식과 끝없는 카리브해 바다 구경. 그리고 남미역사에 대한 호기심까지.
열심히 지낸 우리 가족에게 스스로 주는 선물 같던 시간. 이렇게 또 뜻하지 않는 행복을 마주하기 위해 또 열심히 서로 사랑하며 지내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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