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ttle, Washington State
Cool and Mysterious City
시애틀은 미국 북동쪽에 위치한 워싱턴주의 대표 도시이다.
스타벅스 1호점,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영화 이미지로 커피 향이 가득한 낭만적인 도시일 것만 같지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보잉 등 미국의 굴지의 회사들 본사뿐 아니라 구글, 페이스북, 애플 등의 지사들도 자리 잡은 미국의 대표적인 IT 도시 중 하나인 Coolest City이다.
2월 초. 우리가족은 겨울에 눈이 오지 않는 텍사스에서 겨울냄새 가득한 공기를 느끼고 싶은 마음 하나로 시애틀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오스틴에서 4시간에 걸쳐 가게 된 시애틀. 오스틴에서 갈 수 있는 미국 본토 내 가장 먼 거리의 비행이라 한다. 도시의 마스코트 태평양 연어가 반겨주는 귀여운 공항.
저녁에 도착한 우리 가족은 다운타운 호텔에 짐을 풀고 호텔 크레딧으로 바로 저녁을 먹었다. 크레딧으로 거의 매일 먹은 오이스터 플래터. 오이스터 매니아로서 한을 풀었던 숙박이었다.. 아주 싱싱했던 시애틀에서의 오이스터 강추!
영국을 연상케 하는 구름 낀 축축하고 서늘한 하늘이 맞이해 주는 시애틀 겨울의 아침. 늘 밝은 햇살이 반겨주는 텍사스의 아침에서 하루 만에 그루미 한 하늘을 보고 있자니 너무 반가웠다(?).
그래. 아침에 이 정도 시원한 바람이 콧속에 들어가야 아침 같지. 나 혼자 감동적인 차가운 아침 속에 우리 가족은 여행 첫날 첫 번째 목적지인 스타벅스 1호점으로 향했다. 시애틀 다운타운에 숙소를 잡으면 주요 관광지 모두 20분 정도 안에 걸어갈 수 있다.
아구 신나.
일요일 아침이지만 비수기여서 인지 평소보다 대기 줄이 짧은 듯했던 스타벅스 1호점. 기다리면서 주위 베이커리에서 디저트를 구매해서 함께 먹기 좋다.
스타벅스 원두 중에 아주 무난한 맛인 Pike Place가 있는데 1호점이 위치한 Pike Place 지명에서 온 것이었다.
귀여운 바리스타 곰돌이.
스타벅스 1호점은 시애틀 시내의 대표적인 시장인 Pike Place Market 바로 앞에 위치해 있다. 큰 시장 근처에서 편리하고 품질 좋은 커피를 판매하면서 얼마나 큰 인기를 끌었으면 이렇게 큰 커피왕국이 되었을까. 바쁜 상인들을 위한 편리한 커피가 현대인들의 동반자가 된 건 참 자연스러운 흐름 같다.
Market에서 구매한 베이커리와 스벅 커피를 마시며 바다가 보이는 명당에 자리 잡아 보았다. 전통시장에서 느껴지는 쿨한 바이브와 관광객, 시민들의 북적임이 사람 사는 곳 같은 느낌을 받았다.
보스턴, 뉴욕의 마켓과는 또 다른 느낌의 바다향 가득한 싱싱한 마켓 느낌이었던 Public Market.
시장 안에 해산물 식당이 많으니, 시간이 되면 마켓 안에서 바다를 보며 해산물을 즐기기 좋다.
시애틀은 예술적인 도시라고 하던데 기후와 지형 때문에 그것이 북유럽, 아시아가 섞여있는 형태로 느껴졌다. 실제로 시애틀에는 다른 미국보다 아시아계 비율이 높다고 한다. 노르웨이 연어가 생각나는 바다와 맞닿은 지형에서인지 차가운 날씨 때문인지 북유럽계 사람들도 많이 거주하고 있다 한다.
미국에서 태평양을 가장 가까이서 느끼고 생활하는 도시가 아닐까 싶은 시애틀.
실제로 한국에서 미국 본토로 오는 비행시간이 달라스, 뉴욕보다 2-3시간 정도 짧아서 시애틀까지 10시간 내외로 올 수 있다. 장거리 비행에서 3시간은 얼마나 큰가. 아이에게 장난으로 유학할 거면 시애틀이 좋겠다 했다. 엄마 나 한국 대학 갈 거야. 그래 고맙다 효자네.
시애틀 다운타운의 명물 껌벽. Gum Wall.
처음에 누가 붙인 걸로 시작했을 텐데 이제는 본격적인 장난질 벽이 되었다. 미리 구입한 색깔 껌을 씹으면서 가도 좋고, 껌벽 앞에 있는 껌자판기에서 구매해도 좋다. 시애틀은 아무튼 재밌고 독특한 도시임에 틀림없다..
껌을 조심스레 붙여보는 우리 가족.
쿨내 진동 하는 다운타운을 거쳐 차를 타고 시애틀의 대표적인 관광명소 스페이스니들(Space Needle)에 도착했다. 야경을 보려고 해지기 얼마 전에 도착했다.
귀여운 기념품이 자리 잡은 1층과 스페이스니들 건축과정을 담은 입구.
스페이스니들은 1962년 시애틀 엑스포를 위해 지어진 건물이라고 한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우주선 모양을 지향한 건축 스타일인데, 미국에서 5-60년대 유행했던 Googie style, 미래형 건축 스타일의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당시에는 파격적인 스타일로 큰 주목을 받았고, 미래가 현재가 된 지금도 시애틀의 랜드마크로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전망대 카페에서 파는 핫초코를 하나 두고 해지기 전부터의 시애틀 전경을 천천히 감상하였다.
미국에 와서 더 자주 느끼는 건데, 예전보다 관광지의 사람들을 구경하는 게 더 재밌어진 것 같다. 모두가 들뜬 모습, 사진 찍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각자의 행복과 설렘이 전해지는 것 같다. 누군가 우리 가족을 그렇게 보다가 사진도 찍어주겠다 하는 거겠지.
내가 현지인이라면 그런 관광객들을 보며 얼마나 뿌듯할까. 관광객들은 각자 얼마나 다른 배경으로 이곳에 와서 삶의 크고 작은 터닝포인트로 삼고 갈까. 생각이 들었다. 모두의 교차점에 모두가 있다. 나이가... 들고 있어서 이런가... 점점 구경이 좋아지는 나이 🤣
바다의 고요함과 도시의 반짝임이 어우러진 시애틀의 야경은 정말 멋있었다. 콘크리트와 낭만이 함께 생활하는 것 같아 더 인상 깊은 야경이 아니었나 싶다.
메인 전망대 아래로 내려가면 층 전체가 회전하는 공간이 나온다. 레스토랑도 있고 중앙부와 외부가 서로 맞물려 돌아가는 스페이스니들과 시애틀 풍경을 경험할 수 있는데 나는 어지러워서 오래 있지 못했다 ^^;
다음 날 아침. 올림픽국립공원(Olympic National Forest)을 가기 위해 시애틀에서 베인브리지(Bainbridge Island)로 향하는 선박을 타러 나섰다. 대략 한 시간 간격으로 배가 있고, 35분 정도 소요 되는데, 타고 내리고를 감안하면 1시간 정도는 잡고 가야 한다. 미리 예약하면 가장 좋지만 시간대가 자주 있어서 당일 티켓팅은 수월한 것 같았다.
https://bainbridgeferryschedule.com/?utm_source=chatgpt.com
Bainbridge Island Ferry Schedule 2025
The Bainbridge Island Ferry, operated by the Washington State Department of Transportation (WSDOT) and one of many Washington State Ferries, provides weekday, weekend and holiday ferry service between…
bainbridgeferryschedule.com
배에 차를 싣고 가는 건 늘 신나는 일이다.
굿바이 시애틀, 씨유 쑨.
떠나는 길, 가는 길, 도착하는 길. 모두 다른 풍경으로 아름다웠던 시간.
베인브리지에 도착하니 시애틀보다 청명한 하늘과 맑은 공기가 우릴 맞이해 주었다.
와 맑다. 숲이다~ 를 외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금세 눈이 소복이 쌓인 풍경으로 진입하였다.
올림픽국립공원이 지역 전체를 거의 차지한 마을답게 조금만 들어왔어도 울창한 숲이 펼쳐졌다.
잠깐 차를 세우고 눈길을 즐기기로 했다. 오랜만에 눈을 본 아이도, 엄마 아빠도 너무 신났던 눈구경.
지나가는 제설차도 듬직하다.
도착한 날이라 시내로 기점 잡은 포트엔젤레스(Port Angeles)와 멀지 않은 숙소로 잡았다. 산속의 조용한 롯지였는데, 편의 시설은 별로 없어도 조용하니 눈구경하기 좋았다.
피아노. LP판. 넉넉한 소파. 아늑했던 공용 장소.
썰매가 없어서 삽으로 아이 눈썰매를 태우는 열혈 아빠. 그리고 많이 힘들었다지요..
눈구경을 실컷 하고 근처 명소를 찾아보다가 매디슨 팔스 트레일헤드(Madison Falls Trailhead)로 출발하였다. 시원하고 맑은 계곡물만 봐도 벌써 기분이 상쾌했다.
올림픽국립공원에선 어딜 가든 이끼 낀 울창한 나무들을 볼 수 있다.
워싱턴 주는 태평양에서 불어오는 습한 바람으로 습기가 풍부하고 온도차가 극단적이지 않은데, 몇 백 년 된 나무들이 가득하고 사람 손이 덜 탄 올림픽국립공원에선 이런 이끼들이 특히 잘 자란다고 한다.
소설, 영화 트와일라잇이 특히 Forks라는 마을 배경인데, 신비롭고 몽환적인 분위기가 작품과 너무 잘 어울린다.
짧은 트레일을 거쳐 만나게 된 우렁찬 폭포수. 언제 봐도 가슴을 뻥 뚫리게 하는 폭포수 아래에 한참을 넋을 놓았다.
이날은 마침 슈퍼볼을 하는 날이라 우리 가족을 챙겨 온 라면과 밥을 먹으며 숙소에서 뒹굴뒹굴 쉬었다.
켄드릭라마의 하프타임쇼가 가장 인상 깊었던 25년 슈퍼볼..
다음날 아침. 포트엔젤레스로 나와서 동네 카페에서 간단히 아침을 먹었다. 완두콩 숲이 너무 맛있었던 아늑한 동네카페. 소복한 라테 거품이 오늘 하루를 행복하게 만들어 줄 것 같다.
아침을 먹고 바로 향한 곳은 Ruby Beach. 꽤 서쪽에 위치해 있지만 독특한 풍경의 해변이라 해서 꼭 가보고 싶었다. 다행히 날씨가 맑아서 고요한 해변을 즐길 수 있었다.
크고 작은 암석들과 떠내려온 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통나무. 흑빛 자갈. 소나무. 그리고 바다의 조화가 이색적인 풍경을 자아내는 루비비치. 역시 트와일라잇 배경으로 등장해서 팬들에게도 명소라고 한다.
루비비치를 가는 동안 Crescent Lake를 지나갔다. 오가며 두 번 볼 수 있었는데, 한국 양평이 생각나기도 하면서.. 우리에게 친근한 강과 산의 조화에 눈까지 소복이 쌓여 있어서 보는 내내 행복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여러 호수를 지나다가 남편이 픽한 호수 근처에 들러 조용히 사진을 찍었다. 여기저기 이끼 낀 커다란 나무는 이곳이 신성한 곳이라는 느낌까지 주었다.
짧은 일정 때문에 올림픽 내셔널 파크에서의 1박 2일 일정을 마무리하며 배를 타기 전 간단히 점저를 먹으러 피자집에 들렀다. 바질치즈피자 같은 걸 시켰는데 너무 맛있어서 깜짝 놀랬다..;
다시 시애틀 시내로 돌아가기 위해 배를 탔다. 이번엔 저녁 배를 탔더니 시애틀 야경이 멋들어지게 보였다.
배 안에서 인상적이었던 건, 올 때 누군가 대형 퍼즐을 맞추는 것을 보고 도대체 저걸 언제 다 맞추나 했었는데, 알고 보니 이 퍼즐은 탑승객들이 랜덤으로 삼삼오오 맞추는 공용퍼즐이었던 것이다. 나와 아이도 열심히 퍼즐 조각 일부를 완성하다 금새 시간이 흐르게 되었다. 귀여운 발상에 귀여운 추억이다.
눈과 차가운 겨울을 느끼고 싶어서 떠났던 시애틀 여행. 한국 사람이어서 인지 겨울에는 눈을 보고 시원한 공기를 마시고 싶다. 아이는 그런 나이 들어가는 엄마의 마음을 이해하는진 모르겠지만, 역시 눈을 오랜만에 실컷 보아서 매우 신났고, 눈이라는 노래를 마음대로 흥얼거리기도 했다.
시애틀은 밴쿠버와도 붙어 있어서 당일치기로도 다녀온다고 한다. 우리 가족도 밴쿠버에 가고 싶었지만 배부른 나의 몸상태와 빠듯한 일정으로 이번엔 벤쿠버에 들리지 못했다. 시간이 되는 분들은 꼭 밴쿠버도 들려서 비슷한 듯 또 다른 매력의 자연을 느끼고 오면 좋겠다.
언제 간 다시 오고 싶은 가고 싶은 곳이 많은 시애틀, 워싱턴 주. 살면서 다시 볼 날을 기약하며, See you Seat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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