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A Diary : 미국 생활 일기/미국 브랜드 이야기

[미국 광고] 50주 50색. 다층적인 타겟팅이 적용 되는 미국 광고 시장

jenkang 2025. 2. 4. 04:07
728x90

 

한 겨울에 여름옷을 파는 백화점

영화 나홀로 집에 2에서 미국 동북부인 시카고에 사는 케빈 가족은 미국 남쪽 마이애미로 휴양을 떠나기 위해 여름옷을 열심히 챙겼다. 한 나라 안에 늘 사계절을 느낄 수 있는 미국 백화점에선 늘 사시사철 옷을 볼 수 있다. 
 
내가 살고 있는 텍사스 오스틴은 겨울에 눈을 보기 어려운 지역이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겨울철 콜로라도나 뉴욕처럼 눈이 내리는 추운 지역으로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반면, 캘리포니아는 사시사철 따뜻한 햇빛이 비춰 늘 관광객들로 붐비며, 연중 내내 활기가 넘친다. 이처럼 한 나라에서 20도가 넘는 기온 차이가 발생하면 사람들의 생활 방식도 지역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Different State, Different Strategy

광활한 땅, 다양한 전략

미국의 이러한 넓고 다양한 기후는 사람들의 생활 방식뿐만 아니라 광고 전략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전국적으로 동일한 광고를 내보내기보다는, 각 지역의 특성과 수요에 맞춘 지역 광고가 더 효과적인 경우가 많다.
 
폭설이 잦은 뉴욕이나 시카고 같은 북부 지역에서는 겨울철 난방기구, 방한복, 그리고 제설 장비 광고가 주를 이룬다. 뉴욕에서는 캐나다구스, 노스페이스 같은 브랜드의 세련된 롱패딩이나 방수 부츠 광고가 자주 눈에 띄며, 헌터의 고급 우비와 장화도 추운 날씨에 적합한 아이템으로 광고된다. 또한, 실내 난방을 위한 다이슨 히터나 허니웰의 공기 순환 히터 광고도 자주 등장한다. 시카고에서는 이중창 설치 서비스나 소형 제설기 브랜드인 토로 광고가 흔히 보인다.
 
반면, 플로리다와 캘리포니아 같은 따뜻한 지역에서는 겨울에도 여전히 여름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광고가 주를 이룬다. 플로리다에서는 해변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광고가 많다. 마이애미에서는 스피도, 빌라봉 같은 수영복 브랜드가 주를 이루고, 레이밴과 오클리 선글라스 광고가 자주 등장한다. 고프로의 방수 카메라와 호비 카약 같은 해양 스포츠 장비에서는 장비 광고도 자주 보이며, 가족 단위 여행객을 겨냥한 디즈니월드,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테마파크 패키지가 주요 마케팅 요소로 활용된다.

"Canada Goose" AD

 
이처럼, 뉴욕과 시카고 같은 추운 지역에서는 방한과 실내 활동에 집중한 광고가, 플로리다와 캘리포니아 같은 따뜻한 지역에서는 야외 활동과 여름을 연상시키는 상품 광고가 각각 주를 이루며, 지역적 특성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이러한 광고 전략은 기후 차이를 넘어, 각 지역 주민들의 생활 방식과 소비 패턴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는 점에서 효과적이다.
 

Brock Purdy, Applebee's Campaign

 
지역 광고는 기후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들의 문화적 특성에도 맞춰진다. 텍사스에서는 미식축구가 매우 인기 있어, 경기 시즌 동안 스포츠 음료나 트럭 광고가 텔레비전과 라디오를 장식한다. 친환경 트렌드가 강하게 자리 잡고 있는 캘리포니아에서는 전기차와 태양광 에너지와 같은 지속 가능성을 강조하는 제품이 광고의 중심을 이루며, 테슬라와 리빅 같은 전기차 브랜드가 주요 광고주로 등장한다. 
 

지역별로 인기 있는 자동차 광고

자동차는 지역과 문화적 특성이 뚜렷이 반영된 대표적인 제품이다. 차량은 차종에 따라 타겟층이 명확하기 때문에, 지역별로 선호도와 광고 전략이 어떻게 차별화되는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미국은 가구당 차량 보유 수가 높아, 패밀리카뿐만 아니라 픽업트럭, 전기차, 스포츠카 등 특수 목적의 차량이 지역별로 다르게 선호된다.
 
미국 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가구당 평균 차량 보유 수는 약 2대에 달하며, 1대 이상 차량을 소유한 가구는 전체의 91% 이상을 차지한다. 교외와 농촌 지역에서는 차량이 이동의 필수 수단으로 여겨져 보유 대수가 더 많고, 도심 지역에서는 대중교통이 잘 발달해 상대적으로 차량 보유율이 낮은 편이다. 이런 이유로 지역마다 차량에 대한 요구와 활용 방식이 달라지고, 이는 광고 전략에도 반영된다.
 
현대, 기아 같은 글로벌 브랜드는 이런 특성을 반영해 다양한 모델로 미국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며, 지역별 소비자 니즈에 맞춘 맞춤형 광고 전략을 펼치고 있다. 텍사스의 픽업트럭, 캘리포니아의 전기차, 그리고 북동부의 AWD 세단까지, 각 지역의 소비자들이 필요로 하는 차량을 중심으로 광고 내용이 달라진다. 이는 단순히 제품을 홍보하는 것을 넘어, 지역 소비자들과 정서적 연결을 형성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텍사스: 픽업트럭의 왕국
텍사스에서는 포드 F-150, 쉐보레 실버라도, 램 1500 같은 픽업트럭 광고가 가장 많다. 트럭의 견고함과 적재 능력을 강조하며 "Built Ford Tough" 같은 슬로건을 자주 사용한다. 광고에서는 농장과 오프로드를 누비는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최근에는 현대의 산타크루즈(Hyundai Santa Cruz)와 같은 컴팩트 픽업트럭도 텍사스 시장에서 관심을 받고 있다.
 
캘리포니아: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의 중심지
캘리포니아에서는 테슬라 모델 3와 모델 Y가 주인공이다. 리빅, 루시드 같은 전기차 브랜드도 광고에 자주 등장하며 지속 가능성과 첨단 기술을 강조한다. 현대 아이오닉 5(Hyundai Ioniq 5)와 기아 EV6(Kia EV6) 같은 전기차도 이 지역에서 큰 인기를 끌며, 첨단 디자인과 충전 효율성을 내세운 광고가 자주 등장한다. 도요타 프리우스와 혼다 CR-V 하이브리드 같은 하이브리드 차량 광고도 눈에 띄며, 친환경 트렌드를 반영한다.
 
북동부: 도시형 세단과 AWD 차량
뉴욕과 시카고 같은 북동부 지역에서는 스바루 아웃백, 아우디 Q5, 볼보 XC60 같은 AWD 차량이 인기다. 광고에서는 눈 덮인 도로를 안정적으로 달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도요타 캠리, 혼다 어코드 같은 연비 효율이 좋은 세단 광고와 함께 현대 소나타(Hyundai Sonata)와 기아 K5(Kia K5)도 북동부 지역에서 연비와 안전성을 강조한 광고로 주목받는다.
 

같은 차, 다른 광고? 유튜브에서의 타겟팅 전략

유튜브 광고를 보다 보면 같은 자동차 광고인데도 등장인물이나 스토리가 달라지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이는 브랜드가 인종, 문화적 배경,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정교하게 타겟팅한 결과다.
 
쉐보레 실버라도는 중서부 농업 지역을 겨냥한 광고에서는 트럭이 농장에서 화물을 싣고 견고함을 발휘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반면, 도시형 소비자를 위한 광고에서는 세련된 디자인과 오프로드 기능을 강조하며 모험적인 라이프스타일에 초점을 맞춘다. 음악과 언어도 타겟층에 맞게 달라지는데, 흑인 소비자를 겨냥한 광고는 힙합이나 R&B 음악을 활용하고, 라틴계 광고에서는 스페인어와 라틴 음악으로 감성적인 공감을 이끌어내곤 한다. 유튜브와 같은 디지털 플랫폼은 사용자 데이터를 활용해 이런 맞춤형 광고를 제공한다. 같은 차라도 지역과 문화, 관심사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등장하는 이유다.
 

(좌)텍사스와 (우)뉴욕에서의 쉐보레 실버라도 광고 이미지

 

 

지역 스포츠와 함께 올라가는 브랜드 에쿼티

내가 사는 텍사스 오스틴은 금요일 저녁부터 일요일까지 모든 펍이 NFL 경기를 함께 보는 팬들로 가득 차 있다. 아마 미식축구가 인기가 많은 지역은 이 시간에 모두 똑같은 모습일 것이다. 이 시간엔 NFL 맞춤 프랜차이즈 광고들이 광고 구좌를 거의 차지하는데, 마치 우리나라 치킨광고들처럼 먹음직스러운 햄버거와 타코, 텐더 등의 음식들이 응원하는 팬들의 모습과 함께 화면을 가득 채우기도 한다. 

모든 스포츠는 연고지 주민들의 사랑을 받고 자라는데, 텍사스 오스틴 기준으로는 텍사스 주립대학의 Longhorns 미식축구팀, 오스틴에서 시작된 인기 텀블러 브랜드 YETI가 지역 스포츠와 브랜드의 만남이 어떻게 환상의 콜라보를 만드는지 보여주고 있다. 

오스틴의 자부심, YETI와 롱혼스

롱혼스 경기가 있는 날 YETI 쿨러에 음료를 가득 채워 경기장 밖에서 바베큐를 즐기며 흥을 돋는 테일게이팅을 즐기거나, 번트 오렌지 텀블러로 팀을 응원하는 모습은 오스틴에서 흔히 보이는 풍경이다. YETI는 단순히 제품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지역 커뮤니티와 깊이 연결된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롱혼스를 사랑하는 팬들에게 YETI는 경기 날의 필수품일 뿐 아니라, 팀과 함께 열정을 나눌 수 있는 매개체다. YETI는 롱혼스 팬들을 위해 팀의 상징인 번트 오렌지 색상을 활용한 텀블러와 머그를 선보이며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데, 이 특별 에디션 제품은 경기 날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팬들에게 팀에 대한 소속감과 자부심을 느끼게 한다. 지역을 대표하는 스포츠와 브랜드가 만났을 때 지역 주민들에게 압도적인 충성심을 심어주는 것이 매우 인상적인 예시이다. 
 
 

Different States, Different Ethnicity

 
미국과 다른 나라의 광고 현상이 가장 다르게 나타나는 이유는 인종이 다양해서 이다. 그중에서도 주별로 또 인종비율이 다르니, 미국 광고는 크게 주별 > 인종 구성별 > 연령 별 순으로 타겟팅이 이루어진다.
 

미국 주요도시 인종 분포. 2020년 미국 인구조사국(U.S. Census Bureau), 그래프 : 자체제작

 
미국은 백인, 히스패닉, 흑인, 아시아계 등 다양한 인종이 공존하는 나라이다. 따라서 광고도 각 인종 그룹의 문화와 생활방식에 맞춰 다른 전략을 사용한다.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미국 광고 이미지는 타임스퀘어를 필두로 한 뉴욕 맨해튼의 다국적 브랜드가 상징적일 것이다. 하지만 미국 안에서는 주마다 인구 구성, 경제 수준, 문화적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주별 광고 타겟팅이 필수적인데, 캘리포니아 & 텍사스는 히스패닉 인구가 많아 스페인어 광고가 흔하고, 조지아 & 앨라배마는 흑인 커뮤니티를 대상으로 한 광고가 눈에 띈다. 뉴욕 & 매사추세츠는 다국적 기업 광고와 고소득층 타겟 광고가 자주 눈에 띈다. 
 
미국에서 가장 흔하게 보이는 패스트푸드 광고를 예를 들면, 히스패닉 커뮤니티는 가족 중심 메시지, 흑인 커뮤니티는 음악과 감성적인 요소를, 아시아계는 건강한 식단과 퓨전 요리를 강조한다.
뷰티/화장품 광고도 백인 타겟 광고는 내추럴 뷰티 & 미니멀 메이크업, 흑인 타겟은 다양한 헤어스타일 & 컬러풀한 메이크업을, 아시아계는 미백, 스킨케어 중심의 광고 콘텐츠를 제작하곤 한다. 
 
미국에서 메인 광고는 주별 & 인종별 전략이 먼저 적용된 후, 연령 타겟팅이 추가되는 경우가 많아서 연령 타겟은 주로 온라인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다층적인 타겟팅이 적용되는 미국 광고시장

이처럼 미국 광고 시장은 매우 세분화되어 있으며, 국가 단위가 아닌 지역과 문화적 요소에 맞춰 전략이 달라진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는 인종 다양성과 지역별 문화 차이 때문이며, 브랜드들은 맞춤형 광고 전략을 사용한다. 개인 광고는 우리나라처럼 온라인 광고에서 주별보다는 개별 소비자의 관심사(검색 기록, 구매 이력)를 더 정밀하게 분석해 타겟팅하는 경우가 많다. 50개주 50개 색깔을 내는 미국 광고 시장. 기준이 다르니 결과도 다르다. 성별과 연령이 가장 우선시 되는 우리나라 광고시장과 다르게 주와 인종이 먼저 우선시 되는 미국 광고. 이러한 차이를 이해하며 미국 광고를 보면 또 하나의 경험이 될 수 있을 것 이다. 
 
 
 
※ 자체 글.편집 내용 / 무단배포금지 

728x90